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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년 새아침의 축복》

pwx21@hotmail.com 2023. 6. 10. 18:08

《을유년 새아침의 축복》

2005년 2월 14일

 

을유(乙酉)년의 새아침이 밝았다. 닭의 해가 떠오르며 또 하나 새로운 력사의 시작을 소리쳐 알리고 있다.

! 우리 나라 지도는 꼭 닭의 모습을 떼 닮았다. 960만 평방킬로메터의 땅덩 어리 우에서 60년만에 우리는 또 하나의 을유년을 맞았다.

을유년! 여기서 을()은 십간(十干: , , , , , , , , ,)에서 둘째 자리를 가리키고, ()는 십이지(十二支 : , , , , , ,, , , , , )에서 10번째를 가리킨다. 십간과 십이지에서 순서대로 하나씩 뽑아 갑 자 (甲子), 을축(乙丑) 등으로 수학적인 조합을 구성하면 60개의 조합이 만들어 진다. 을유(乙酉)60개의 조합 중에서 22번째에 해당한다.

십이지는 우리들이 라고 부르는 동물들(, , 호랑이, 토끼, , , , ,원숭이, , , 돼지) 이다. 십이지 중9종의 동물들이 포유류이고 룡()은 상 상의 동물이며 뱀()은 파충류이고 닭() 1종만 유일하게 조류이다. 2005년은 조 류인 닭의 해인 것이다.

옛날 닭없는 농가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 세월엔 닭울음소리와 개짖는 소리 가 있으면 환락이 있었다. 닭은 농가의작은 은행이나 다름없었다. 돈이 떨어지 면 닭알을 팔아 소금이나 기름, 간장 같은것을 샀고 집사람이 몸져 누우면 암탉을 잡 아 몸 보신을 시키기도 했으며 뉘집에서 여자가 몸을 풀기라도 하면 관심의 뜻으로 닭알을 한바구니 가져다 주기도 했다.

오늘날,우리의 생활은 많이 좋아졌다. 닭알볶음이요 닭곰이요 하는것은 늘 먹는 료리임은 두 말할것 없는 일이다. 닭 수만마리리쯤 치는 양계장도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양계는 농민들이 치부하는데 일대 산업이기도 하다.

닭료리가 미식거리임은 의심할 나위 없는 일이다. 닭고기 없는 연회가 없다고 했다. 삶고 지지고 굽고 볶고 어떻게든 해먹을 수 있으나 우리 민족이 좋아 하는건 그래도 닭고기국, 닭도리탕이 아니면 닭곰같은것이 기본일 것이다. 그런데 뭐 후라이 드, 양념치킨, 낙닭바베큐, 닭깐풍기, 닭쌈 등 이름 도 생소한 료리들로 새로 개발됐 다 하니 닭의 가치를 다 알기는 아직 퍽 멀었나 보다.

닭이 인간과 가까운 동물임은 다 아는 바이다. 무수한 속담이 그걸 증명한다. 개 잡아먹다 동네 인심 잃고  닭 잡아먹다 이웃 인심 잃는다》《꽁지 빠진 장 닭 같다》《촌 닭이 관청 닭 눈 빼 먹는다》《닭 소 보듯, 소 닭 보듯》《닭 쫓 던 개 지붕만 쳐다본다》《쇠고집과 닭고집이다등등 많고 많다.꿩 대신 닭이 란 속담엔 닭이 자존심 상해할 터이지만 닭벼슬이 될망정 소꼬리는 되지 말라는 속담에 대해선 닭도 굉장히 즐거워 할 것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 대해서 동물학자들은 아침에 일어나 울어대는 것은 수탉이어서 암탉이 우는 걸 사람들이 별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해석이야 어떻든 이 말은 녀성들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요즘에는 여성들 지위가 향상돼 이런 속담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러니 자연 녀성들이 사뭇 좋아하는 눈치다.

요즘은론쟁의 계절이지만 가장 쓸데없는 론쟁이 바로닭이 먼저냐 달걀 이 먼저냐하는 론쟁이다. 물론 그건 닭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의 산물이긴 하지만 진화론자와 창조론자들이 닭이 먼저냐, 닭 새끼가 먼저냐를 두고 싸우는 걸 보 면 참 멋적기 짝이 없다.

암탉이 낳은 알을 슬며시 감추어서 남편에게 먹이고는 이눔의 닭새끼가 왜 알 을 안 낳는담?하고 시어머니 앞에서 암탉만 타박하던 옛날 안해들의 그 모습에서 남편공대를 중히 여기는 엉뚱한 심성을 꿰뚫어 보고 남편들은 내심상 당히 흐뭇해 했었다.

신서잡사제오(新序杂事第五)에 따르면 옛날부터 닭은 길조로 여겨져 왔으며 다섯 가지 덕이 있다고 했다. 머리에 있는 볏은 문()을 상징하고 발은 내치기를 잘 한다 하여 무()로 여겼으며 적과 맹렬히 싸우므로 용()이 있다고 하였고 먹이가 있으면 자식과 무리를 불러 먹인다 하여 인()이 있다 하였으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간을 알려주니 신()이 있다 하였다.

과 관련해닭이 홰를 치면 일어나 검술을 련마한다(闻鸡起舞) 란 고사성어가 있다. 닭이 홰치는 소리는 사람을 분발케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뜻으로도 통한다.

진나라때 조적(祖逖)과 류곤(刘琨)이란 성정이 호매롭고 흉금이 드넓은 두 젊 은이가 한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었다. 평소 그들은 서로 고무격려하면서 학문을 닦았는데 모두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을 할가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어느날 새벽 밖은 쌀쌀하고 조용한데 갑자기 닭이 홰치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 왔다. 깊은 꿈에서 깨여난 조적은 류곤을 두드려 깨웠다., 저 우렁찬 닭울음소리가 얼마나 귀맛 나냐? 저 소리를 들으니 정신이 부쩍 나는것 같다.》《그래, 우리도 잠만 잘 수는 없어.둘은 옷을 걸치고 뜨락에 나왔다. 한기가 몸에 스며들어 이가 덜덜 쫏겼다. 추워서 공부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각기 검을 빼가지고 검술을 련마했다. 시간이 갈수록 정신이 나고 기운이 북받쳤다. 하여 그들은 동녁이 훤히 밝아올 때까지 그러기를 멈추지 아니하였다. 이 고사는 자고로 얼마나 많은 인인지사들을 고무하였는지 모른다.

시인과 화가의 붓끝에서도 닭의 형상은 멋지고 다채롭다. 명나라의 유명한 화가 당백호는 닭을 울지 않으면 몰라도 일단 울기만 하면 사람을 놀래우는 용사로 묘사했다.머리에 빨간 모자 쓸 필요 있나? 백설같은 흰 몸으로 달려 왔고나. 평생토록 말수는 적다 하여도 홰만 치면 천만 호총 문을 연다네.

모택동의 시구수탉이 울자 천하는 밝아는 기세찬 필치로 중국공산당이 긴긴 밤을 쫓아버리고 적현 신주의 새 아침을 당겨 왔음을 만천하에 선고했다.

닭의 해에 우리 모두 닭모양의 국토우에서 아침해를 향하여, 세계를 향하여 활력,환락을 과시하며 보다 상서롭고 행복한 삶을 창조 영위키 위해 정신과 힘을 더 바짝 도사려 보자. 을유년 새 아침에 둥실 떠오른 붉은 해는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